현실에서 도망친 사람에게의 놀이는, 쉽사리 헤어나올 수 없는 늪과도 같다. 나는 이러한 늪, 즉 무의미한 반복의 연속인 놀이에 정신이 무기력해짐을 느끼면서도, 현실로의 활기찬 복귀에 거부감을 가지곤 한다. 이는 내가 조금의 어려움도 감내하지 못할 만큼 나태해졌기 때문이다. 한 번 온수에 몸을 담구면, 이후에는 물 밖에 나가기 싫은 것과 비슷한 느낌인 것 같다.

 그러한 악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데 있어, 나는 새로운 생산적인 도전 자체가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작이 반이라고들 하지 않던가. 막상 우리가 하기 귀찮은 일들은, 의외로 쉬운 일인 경우가 참 많다. 그리고 그러한 시작을 유도하고 유지하는 데 있어, 좋은 사회 관계(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 주변의 자연)를 형성하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다.

 아무튼, 나는 더이상 온수를 낭비할 수는 없는 듯 하다. 어차피 언젠가는 나가야 하는 곳이 온수이고, 오랫동안 몸을 온기로 감쌀 수록 처음의 따듯함은 줄어들고, 되려 물 밖이 추워지는 법이다.

Posted by 문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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