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파르메니데스의 사상 그리고 원자론자들 (2023***** 문건서)

2.1. 존재의 특성

파르메니데스에 따르면 존재에는 몇 가지 특성이 있다.[1]

 첫째, 존재는 생성되지 않는다. 만약 존재가 생성되었다면 존재 혹은 비존재로부터 생성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존재로부터 생성되지는 않았다. 존재가 존재로부터 생성되었다면, 존재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며, 이는 존재가 언제나 있어 온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2] 비존재로부터 생성되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있지 않다면, 존재가 생성될 원인 역시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생성은 없다. 소멸도 없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언제나 존재했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존재할 것이다.[3]

 둘째, 존재는 변화하지 않는다. 변화는 ‘생성과 소멸’로 이해되는데, 존재는 생성하지도 소멸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각 경험으로 보여지는 자연의 변화는 다만 착각에 불과하다.

 셋째, 존재는 분리되지 않는다. 존재가 분리되려면 그것이 움직일 빈 공간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빈 공간은 있지 않다. 만일 빈 공간이 존재하다면, 그것 자체가 존재이므로, 존재는 계속적이다. 반면에 빈 공간이 존재하지 않으면, 그것은 비존재이므로, 존재는 계속적이다.[4] 따라서 존재는 분리되지도 움직이지도 않는다. 결국 논리적으로, 존재가 분리되지 않으니 — 존재와 비존재가 양립할 수 없으니 — 세계는 시간도 운동도 변화도 없이 단단한 물질로 꽉 채워진 한 덩어리(유한한 구)로만 있게 된다.[5]

2.2. 두 가지 대립하는 사상의 종합

 봄이 오면 꽃이 피고, 여름이 오면 매미가 울고, 가을이 오면 낙엽이 지고, 겨울이 오면 눈이 내린다. 정녕 우리 눈에 보이는 자연의 변화는 거짓된 것일까? 존재하는 것은 운동하지도 변화하지도 않는다는 파르메니데스의 논리적 결론을 수용하면서 자연의 변화를 목격하는 우리의 경험까지 설명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6]

 이에 철학자들은 눈에 보이는 현상과 그것의 배후에 놓인 참된 실재를 둘로 나누어 보게 되었다. 즉 배후 세계의 실재(아르케)는 생성 소멸하지 않고 불변하나 눈에 보이는 현상 세계의 자연과 사물은 변화한다는 것이다.[7]

 만일 아르케가 여러 종류라면, 아르케가 소멸하지 않더라도, 여러 아르케가 섞임으로써 그 비율에 따라 여러 사물이 생겨날 수 있다. 이로써 아르케 차원에서는 파르메니데스의 기준(불변)을 충족하면서도, 감각적 현상 차원에서 변화하는 자연 현상을 설명할 수 있었다.[8]

 파르메니데스와 헤라클레이토스는 양극으로 대립하는 견해를 보여주고 있다. 원자론자들은 파르메니데스로부터는 불변의 기본 입자라는 생각을 받아들였고, 헤라클레이토스로부터는 끊임없는 운동이라는 생각을 받아들였다. 이처럼 철학은 대립하는 여러 입장을 고찰하고 종합하며 발전해 왔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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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프랭크 틸리, “틸리 서양철학사”, 김기찬, 현대지성, 2020, p.60

B.러셀, “서양의 지혜: 그림과 함께 보는 서양철학사”, 이명숙, 곽강제, 서광사, 1990, p.43~45

"[철학아카데미] 김주연의 세상 친절한 철학사 03-2강: 존재와 진리 [파르메니데스]", 유튜브 비디오, 38:30, 게시자 "철학아카데미", 2021년8월27일, https://youtu.be/ga1zYcAdFvU?si=2P9a5on6Oha9VE1C

[1] "[철학아카데미] 김주연의 세상 친절한 철학사 03-2강: 존재와 진리 [파르메니데스]", 유튜브 비디오, 12:13~22:15, 게시자 "철학아카데미", 2021년 8월 27일, https://youtu.be/ga1zYcAdFvU?si=2P9a5on6Oha9VE1C

[2] 프랭크 틸리, “틸리 서양철학사”, 김기찬, 현대지성, 2020, p.60

[3] 프랭크 틸리, “틸리 서양철학사”, 김기찬, 현대지성, 2020, p.60

[4] 프랭크 틸리, “틸리 서양철학사”, 김기찬, 현대지성, 2020, p.60

[5] B.러셀, “서양의 지혜: 그림과 함께 보는 서양철학사”, 이명숙, 곽강제, 서광사, 1990, p.43

[6] "[철학아카데미] 김주연의 세상 친절한 철학사 03-2강: 존재와 진리 [파르메니데스]", 유튜브 비디오, 27:38~28:45, 게시자 "철학아카데미", 2021년 8월 27일, https://youtu.be/ga1zYcAdFvU?si=2P9a5on6Oha9VE1C

[7] "[철학아카데미] 김주연의 세상 친절한 철학사 03-2강: 존재와 진리 [파르메니데스]", 유튜브 비디오, 28:45~30:50, 게시자 "철학아카데미", 2021년 8월 27일, https://youtu.be/ga1zYcAdFvU?si=2P9a5on6Oha9VE1C

[8] "[철학아카데미] 김주연의 세상 친절한 철학사 03-2강: 존재와 진리 [파르메니데스]", 유튜브 비디오, 34:52~37:20, 게시자 "철학아카데미", 2021년 8월 27일, https://youtu.be/ga1zYcAdFvU?si=2P9a5on6Oha9VE1C

[9] B.러셀, “서양의 지혜: 그림과 함께 보는 서양철학사”, 이명숙, 곽강제, 서광사, 1990,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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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고.중세철학사 수업, 파르메니데스 발표 보고서의 일부(내가 조사한 부분)를 블로그에 업로드한다.

Posted by 문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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