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더워 잠을 설치곤 한다. 불쾌한 땀냄새를 내쫓으며 몸을 식히는 동안, 이내 정신이 말똥해져 피로감을 잊게 된다.
그러나 내일의 의무를 위해서라면 지금 다시 잠들어야만 한다는 심려에, 잠깐 딴 짓을 하더라도 억지로 누워는 있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무거워 마땅히 하고 싶은 일이 없었기에, 죄책감을 숨겨줄 무의미한 스마트폰만을 바라보며 다시 잠들기까지 시간을 때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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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게도 그런 그에게 관심이 있었고, 다가가서 말을 걸었으나, 웬걸. 내게 왜이리 눈을 찌뿌리고 있는 것인가. 아무리 귀여운 강아지더라도, 사나운 표정을 보이는 순간에는 짐승으로밖에 안 보인다. 나는 호감으로 대했는데, 그것이 겸연쩍도록 왜이리 차갑게 구는 것인가.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느냐면, 그러니까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는 무능한 화면을 무슨 이유로 들여다보냐면, 사실은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이쁘장한 계집이 올리는 브이로그를 빤히 바라보며, 댓글들도 흘끗 살펴본다.
"언니 옷이 너무 예뻐요!! ^^", "되게 열심히 사시네요. 응원합니다 ㅎㅎ", "더러운 댓글들이 많네요...;; 저런 것들 다 고소하셨으면~" 등등... 이 사람들 다 남자다. 모두가 비슷한 역겨운 생각을 가지고 살아갈텐데, 이들은 본인이 깨끗한 듯 말한다. 위선자들이다.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난 그럴 것이라고 반쯤 확신한다.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 시기하고 있을 사람들이다. 그 사람이 너무너무 좋거나, 자기 자신이 추해지는 모습이 싫어 속마음을 숨기고 있을 뿐이다. 애초에 수려한 외모를 빼놓고 본다고 가정한다면, 일반적인 브이로그의 평범하거나 내심 자랑이 가득한 일상에 긍정적인 관심을 줄 까닭이 없다. 비슷한 사례를 들자면 같은 평범한 실력에서 못생긴 여성이 악기를 연주하는 것과, 아름다운 여성이 악기를 연주하는 것의 조회수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댓글의 대부분은 연주 실력에 대한 평가 뿐이다. 여자가 좋다고 진심을 내비치는 솔직한 댓글들은 비교적 양이 적다.

나의 경우 댓글은 달지 않지만, 사고 방식은 위선자에 가깝다. 어짜피 나는 이 사람을 쟁취하지 못 한다는 패배감에 찌들어, 이성인 계집을 좋아하지 않는 척 질투한다. 1원의 시청료조차 주고 싶지 않아 광고를 어떻게든 없애려고 시도한다. 물론 사실 그녀가 좋은 것은 어쩔 수가 없어 괴로운 부정교합이 발생한다. 그리고 나는 무욕한 듯 댓글들을 속으로 비난한다. 그중에 특히 가식이 가득한 댓글들이 가장 싫지만, 나는 이런 영상에서의 모든 댓글들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이런 싫증나는 상황에 굴복해야 하는 운명이 가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까지 미워할 합당한 이유는 존재하지 않지만, 상황이 너무 짜증나서 지금처럼 속으로 그들을 비난하며 화풀이하게된다.

또 이런 영상도 보았다. 요즘은 경제가 팍팍해서, 공무원이 대세라는 뉴스였다. 근데, 나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나 미워하던 몇 선생들(게다가 그 중 일부는 예쁘다.)이 꽤나 상류층에 속한다는 것이 말이다. 열등감과 동시에 패배감까지 느꼈다.

나와 신분이 다른 듯한 사람에게는, 그다지 잘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좋지 않은 감정임은 분명하지만, 속으로는 그들이 나처럼 힘들어야한다고 떼를 쓰게 된다. 다 같이 힘든 상황을, 다 같이 손을 맞잡고 다 같이 극복하는 행복한 세상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나와 격이 다른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여, 나는 그들을 동반자로 생각하지 않고 질투하는 듯 하다.

[덧붙이자면 그러므로 내가 누군가를 비판하는 데 있어 감정 섞인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두어야한다.]

이제는 자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허탈하게 잠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마시고 거실을 배회한다. 그리고 기분이 나아질만한 여러가지 망상이나 기획을 한다. 그런 많은 생각들 중 이 글의 문맥에 맞는 것 하나를 고르자면, 앞서 말한 증오를 떠올리며 내가 그들보다 성공하는 상상을 한다.
'흥, 나는 그들과 다르게 자아실현까지 해가며 많은 돈을 벌 거야. 그리고 누구보다 진실되고 헌신적인 사람을 만나 결혼할거야.'
그러나 가소롭게도, 내가 질투하는 그들은 나를 모르거나 내게 무관심하다. 아니, 사실은 대부분이 내게 친절하다. 그래서 나는 더욱 초라해진다. 내가 하는 짓이 섀도 복싱이구나... 근데 내가 이렇게 열등감을 쉽게 가지는 사람으로 태어난 걸 어떡하나요.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다시 취침하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그리고 다음 날 피곤한 일상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곯아떨어져 쪽잠을 잔다.
그 날 밤에는 더욱 늦게 잠에 들 것이다..
불쾌한 날이다.
아무튼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자신감이 생기지 않는다.
음. 되도록 희망적인 마무리를 짓고 싶었지만, 글을 쓰다보니 기분이 울적해져 어려울 것 같다.

Posted by 문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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