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반가운 고등학교와 격렬히 악수하며...
전염병 때문에, 고등학교에 입학하고서 온라인 수업에만 갇혀있다 얼마만에 등교하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전염병이 아직 종식한 것은 아니라서 여러모로 불안하고, 불편할 법한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등교가 반가웠다. 그럴만도 하지 않은가? 나에게는 방학부터 쭉 집에만 있으며, 정신은 흐릿해지고, 밤낮은 뒤바뀌고, 시간은 엄청나게 허비하는, 한심한 생활 습관을 가진 나를 적절히 통제하고 격려할 틀이 존재하지 않았다. 온라인상의 간단한 과제 이외에는 사실상 아무런 인간 관계도, 단체도 나를 거의 붙잡고(하지만 어떨 땐 이것이 나를 얽매기도 한다.)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람이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고, 비관적으로 변해가는 듯 했다.
새로움 속으로 등교 하고서야 느꼈다. 이성한테 반한 것마냥 나의 눈은 다시금 즐거움과 호기심에 잠기며 분주해졌으며, 교실에 앉아 할 것을 탐색하며 다리를 덜덜 떨고 있더라. 학교가 얼마나 낡아 보이든, 조금 부딪힌 적이 있어 불편한 사람이 존재하든 즐거웠다. 아무렴! 역시나 기쁨과 보람을 생각한다면 세상과 격리되어 속 편한 것보단 살아서 조금 괴로운 게 낫나보다.
흥분은 뒤로 감추고, 고등학교 선생들의 말들을 들어보니 (적어도 경복)고등학교 교육에 대해 조금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들은 모든 교육이 생활기록부, 성적 등을 목적으로만 두는 듯한 말을 자주 하였고, 이는 나에게 공부의 근본적인 목적을 놔두고서 수업의 중심을 잘 못 잡은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게도 했다. 물론 이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대입에 있어서 수많은 사람을 평가하는 기술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을 것이고, 선생들은 그러한 부적절한 환경에 맞추어서라도 학생들을 생각하시는 것이겠지. 아, 모든 선생이 그렇다는 것도 아니고, 이것이 지나치거나 잘못되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저 적어도 지금은 어쩔 수 없는 현실에 한탄스러울 뿐이다.
방역에 있어서도 불안감이 컸다. 분명 고등학생임에도 마스크의 불편함은 견뎌내기 조금 힘들어 하는 듯 하다. 20명 중 1명 쯤은 아예 마스크를 벗고 다니고, 4명 쯤은 마스크 쓴 것이 무색하게 코를 내놓고 다니고, 또 5명 쯤은 마스크의 면을 만지작거리곤 한다(이 또한 전염병에 옮을 수 있는 좋지 못한 행동이다.). 그리고, 사실상 모든 사람이 거리 두기를 실천하지 않고 있다. 다닥다닥 붙어 다니고, 친구와 대화하고........ 물론 나 또한 같은 학교를 다니는 학생으로서, 마스크가 답답하고 방역 수칙을 모범적으로 지키기는 힘들다... 앞서 말했듯 등교의 이점, 학교 교육 과정의 진행, 전염병의 장기화 예상 등 정부가 여러 생각을 해보았을진 모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방역 수칙 준수의 어려움을 생각하며 과연 등교가 옳았는지 의구심이 들곤 한다. 학교를 2년까지 미루더라도 혹시 모를 목숨들보다 소중한 것은 잘 없다는 것이 그래도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아무튼, 내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나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된다. 어떠한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고등학교의 첫 중간 고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 등교했음에도 지난 주의 온라인 과제들이 몇 개 남아 있다. 책을 펴자마자 막막한 기분이 들겠지만, 더 미룰 수는 없다......ㅠ 그래도 울지 말고. 긍정을 바라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