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견 토토의 존재
우리 집 개 토토는 가만히 볕 쬐는 것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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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는 종종 산책로에 자라난 풀을 뜯어먹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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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어둑해질 즈음, 인왕산 둘레를 돌며 개 산책을 한다.
공기도 시원하고... 사람도 없고...
지겨운 하루 일과에서 벗어나 조용히, 오롯이 자연을 즐기는 시간은 내 마음을 한결 상쾌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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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야. 땅을 파는 토토야.
온몸에 진흙이 묻어 새까매져도
주인의 못마땅한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롯이 땅파기에 열중하는 네 집념을 보면,
역시 네가 우리 집에서 가장 깨끗하구나_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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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는 몇 번 가출한 적이 있다!
주인이 헉헉대며 쫓아오는 것을 즐기기라도 하듯,
폴짝폴짝 도망다니는 토토의 천진난만한 표정이 잊히질 않는다.
[2023 11 04 토토는 드넓은 공터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목줄에 매여 있을 때는 그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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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는 독립적이고, 호전적인 성격의 시바견이다.
예컨대 잠을 조금만 방해받기라도 하면 주인에게도 짜증을 낸다.
[그럴 때마다 나는 버럭 화를 내며 그를 훈계했지만, 토토의 야생적인 본성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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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일.
토토가 혈뇨를 눠서 약을 먹게 되었다.
요로 결석을 제거하기 위해 다음주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한다.
늘 건강하던 놈이 아프다니까, 마음이 찜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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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야,
정말 너는... 아무 걱정도 없는거야?
나는 혹시라도 너가 죽을까봐,
더이상 너랑 놀지 못하게 될까봐,
근심 걱정으로 가슴이 울렁거리는데.
너는 왜 아무것도 모르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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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1일.
아침 산책을 마치고,
토토를 동물병원에 데려다주었다.
말 못하는 짐승을 내비두고
홀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집에 와서 울었다.
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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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는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하룻밤을 병원에 혼자 남아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그 좁은 독방에 갇혀서
얼마나 아프고, 얼마나 무섭고, 얼마나 갑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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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를 집에 모셔왔다.
수술 후 통증 때문에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공들여 밥을 먹여도 모두 게워낸다.
곁에 누가 있는 걸 원치 않는 것 같아,
혼자 쉬도록 자리를 비켜 주었다.
그러게...
내 허락 없이,
더는 아프지 마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