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수필

*** 선생님께.

문건서 2023. 2. 1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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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17 09:04
** * *** ***** **** [비밀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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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2 19

무언가가 부끄럽든 자랑스럽든, 가능한 한 모든 기록을 영원히 개방해두려고 합니다.

나 또한 다른 사람들이 쓰는 글,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탐욕스럽게 먹고 자라왔기 때문이죠.

마찬가지로 내가 했던 대화들, 내가 겪은 사건들, 내가 경험한 모든 것이 앞으로의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나 아무런 동의도 구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이렇게 사적인 대화를 공개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실 수 있겠지요.

이것이 무례하게 느껴졌다면 사과드립니다. 민감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들은 모두 가려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작성한 답변은 이대로 두고 싶네요. 이 정도는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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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 너무 일찍 오셨네요.
들려드리고-보여드리고 싶은 게 산더미인데, 아직 완성을 못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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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을 괴롭히고 다녔다는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시는건가요!? 이것은 자조적인 표현이지, 실제로 선생님들을 괴롭히려 한 적은 없습니다. (내 기준에서) 당연히 해야 할 말, 입바른 소리를 사뭇 저돌적으로 하고 다녔을 뿐이지요. 허나 그 소리를 피곤해하고, 심지어 불쾌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비단 선생님들만 나를 불편해했을까요?
주위 친구들은 어떻고요, 어른들은 어떻고요,

내가 입을 열 때마다,
비웃고, 한숨을 쉬고, 눈치를 주고,
마치 벌레 보듯, 정신병자 보듯,
혐오와 배타심으로 가득한 그들의 눈빛을 떠올리면,
지금도 온몸에 소름이 돋고, 눈물이 맺힙니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어떤 마음을 가진 사람인지,
어떤 꿈을 꾸는 사람인지,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나를 외롭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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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옷에 검은 물감이 튀면, 그것은 얼룩이 됩니다.
반대로 검은 옷에 흰 물감이 튀어도, 그것은 얼룩이 됩니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옳고 그름을 감히 분간하려 들지 않고 ㅡ
세상을 의심할 생각을 하지 말고 ㅡ
그저 절대다수의 편에 속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것이 맞는 선택일까요?
나의 튀는 행동이, 검은 물감일지-흰 물감일지
누구도 단언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그러한 시도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면,
당장의 결과와 무관하게, 우리는 문건서의 생각을 존중해주어야 하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