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시(詩)

못생긴 씨앗

문건서 2021. 4. 23. 14:22

초라해진다는게 어떤 기분인지 알겠습니다.
예쁜 이성 앞에 서면, 그런 기분이 듭니다.
내가 못생겨보이고, 부족해보이고, 그래서 피하게됩니다.
그런 이유에서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면 짜증이 납니다.
좋아하는데도, 거절 당해 상처 받을 것을 알기에 시작하지 않으려고합니다.

그런데도 눈길이 가는 걸 멈출 수가 없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나를 이렇게나 안쓰럽게 만든답니다.
그들은 나를 사랑하지 않고, 다른 이들의 손을 잡고 있었습니다.

누가 잘못했습니까? 차마 부모를 탓할 수는 없겠습니다.
내가 부족하게 태어난 죄입니다.
내가 사회에서 도태된 죄입니다.
고치면 된다 여기는 것이 희망적이겠지만, 절망스럽게도 나는 절망하고 있습니다.
사실 부끄러워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남 눈치를 보자니 느껴지는 게 많습니다.


얼마 전 일용직 같은 아저씨들이 학교에 찾아온 일이 있었습니다.
하찮은 나무 가지를 가꾸어주려고 오셨나봅니다.
많은 머릿수였습니다.
물론 전체 학생 수에 비해서는 턱없이 적은 수입니다. 그러나 내겐, 이들의 머릿수가 학생들보다도 훨씬 많아보였습니다.

키가 큰 학생들과 다르게 왜소하고, 거품처럼 부풀어오른 청년들의 윤기있는 얼굴과 다르게 비록 볼품없는 주름이 가득했지만, 그들 이외에도 노예처럼 살아가는 그리고 살아갈 많은 이들과, 그들이 그동안 살아온 긴 세월이 만들어내는 어둑한 분위기가 강한 존재감을 내비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줄기라는 부모를 만나 헌신적인 지원을 받은 열매들도 시간이 지나면, 땅에 구르고 밟히며 상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늙어서 추해질 것입니다. 누구도 찾지 않고, 결국 썩어 흙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갓 신선한 열매가 되었더라도 맛이 없거나 맛이 없을 것처럼 생겨서 누구도 바구니에 담으려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미안합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웅크리지 마십시오. 나는 당신들의 보잘것없는 씨앗이 굵직하고 듬직하게 자라날 것이라고 응원해주고 싶습니다. 바닥에 떨어져도, 굴러서 멀리 나아갈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내게 필요한 것도 이러한 기대입니다.

문제를 조금씩 보완해가며, 실패해 추해지더라도 계속해서 시도할 것입니다.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라는 실낱 같은 희망을 결코 잃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