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 선거 청소 공약
반장 선거가 있었다. 나는 후보 중 한 명이었고, 당선되었다. 소심한 내가 선거에 나온 이유는, 명예를 도구로 삼아 학교의 부조리를 건의하고 바로잡기 위함입니다. 합법적인 청구로 과거의 억울함을 극복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지극히 내 개인적 소망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준비했습니다. 여러분들을 위해 청소를 저 혼자 해치우겠습니다. 공통 과목의 수행평가 일정, 체육복 일정 등을 잊지 않도록 공지하겠습니다. 기존 청소의 경우 주번이 돌아가면서 책임을 떠넘기고 대충 청소하여 도망갈 생각만을 하여 형식만이 짙습니다. 따라서 제가 책임지고 처리하려 하는 것입니다. 저를 뽑아주십시오.
어떤 후보들보다도 긴장하지 않았으며, 솔직하고 바람직한 동기를 설명하였으며, 매력적이고 구체적인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청소의 매력이 전체 학생 24명 중 15명의 표를 거두는 데에 큰 역할을 하였음은 결코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아이들이 나를 뽑은 마음의 절반은 청소를 면제받고자 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연설 중 청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후 미지근하던 반응은 폭발적인 열광으로 바뀌어 나를 뿌듯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그 군중들 속 선생은 이러한 상황이 떨떠름한 듯 하였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선생은 불쑥 1인 1역 공지를 게시하였다. 그 공지는 내 공약을 무시한 공지였다. 청소 당번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고 대체될 수 없다는 선언이었다. 나에겐 부담스러운 위기였다. 청소를 면제받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지지자들에 대한 거짓 공약으로 공격받을 여지가 충분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즉각 항의하였다.
선생이 말하길, 청소는 권리라고하였다. 생활기록부를 풍성하게 채우기 위한 권리, 교육을 위한 권리. 나는 그러한 가치도 있는 것 같다 동의하며, 이 참에 확실하게 학급 회의 투표로 아이들이 그 권리와 청소를 면제받는 것 둘 중 중요한 것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결과를 따르겠다고 하였다. 원래 공약대로 하느냐, 주번은 존재하지만 내가 매일 청소를 돕느냐를 결정하는 투표였다. 이렇게 동의라도 받아야 공약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더라도 내가 거짓말쟁이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혹시나 소수의 청소성애자가 있을까 투표결과와 상관없이 나와 청소를 분담할 사람을 구하기도 하며 다수의 의견에 소중한 권리가 묵살당하지 않도록도 하였다. 선생은 내 공약을 실천하려면 그렇게 결정하라하였고, 결과는 원래의 공약인 나 혼자 청소하는 것이 되었다. (15명 찬성 6명 반대, 이외 미참여)
형식적인 청소당번들보다 얼마든지 청소를 뛰어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었다. 2명이 5분씩 청소했다치면, 나는 10분을 청소하면 될 일이었다.
아무튼 이렇게 매듭지어지나 싶었다. 그러나 이후 선생은 이러한 결과를 파괴하였다. 이렇게 뽑힐 줄 몰랐다고 한다. 당혹스러웠다. 이제는 정말 거짓말쟁이가 되었다. 무리하고 허황된 공약을 내세운 사기꾼이 되었다. 사과받고자한다. 또 투표에 참여한 아이들에게도 사과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평생의 경험동안 사과를 할 줄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맞섬이 일을 키우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시도해보고자 한다.
내가 한 투표는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었는가? 애초에 선거 유세 중에, 투표 전에 확실하게 지적해주었어야지 공약이 수정되고 문제될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